요즘엔 넷플릭스도 유튜브도 넘쳐나지만, 이상하게 가끔은 만화책 한 권이 더 당긴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잠들기 직전 침대에서, 조용히 빠져들 수 있는 그 몰입감은 아직도 대체 불가.
그래서 오늘은 내가 직접 보고 감동했던 완결 만화 다섯 개.
지금 다시 꺼내도 꿀잼 보장하는 작품들로만 골라봤다.
완결됐기 때문에 정주행 가능하고, 감정 낭비 없이 엔딩까지 시원하게 볼 수 있다는 거.
1. 꼭두각시 서커스 – 서커스란 이름의 생존 게임
처음엔 단순한 ‘서커스 이야기’인가 했지만, 한 장, 두 장 넘기다 보면 벌써 비밀 결사, 살인 인형, 불사의 병 같은 키워드가 튀어나온다.
이게 뭐지? 싶다가도, 인형사 ‘마사루’와 격투가 ‘나루미’, 그리고 미스터리한 소녀 ‘시로가네’의 사연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정신없이 몰입하게 된다.
긴 호흡의 스토리인데도 감정선이 살아 있고, "사람은 왜 살아야 하나"라는 질문을 진심으로 던진다.
그리고 그 대답이 생각보다 따뜻해서, 엔딩에서 눈물 찔끔.
만화로 이런 깊이를 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작품.
2. 20세기 소년 – 넌 아직도 ‘친구’를 모른다고?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는 단순한 만화가가 아니다. 세계를 만든다.
그리고 그 세계에서 서서히 독자를 빠뜨린다.
어릴 적 친구들이 장난처럼 만든 ‘악의 조직’ 놀이가, 훗날 전 인류의 재앙이 된다는 설정부터가 이미 박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이야기가 퍼즐처럼 맞춰지는데, 중간중간 숨겨진 복선이 너무 정교해서 진짜 감탄 나온다.
‘친구’라는 정체불명의 인물은 만화 역사상 손에 꼽는 악역이고, 주인공 켄지가 그를 쫓아가는 과정은 한 편의 긴 스릴러 영화 같다.
긴장감, 향수, 서스펜스 다 잡은 걸작.
3. H2 – 아다치 월드의 진심 야구
아다치 미츠루 특유의 '숨결 있는 만화'.
대사가 없어도 느낌이 전해지는 컷 구성, 공기처럼 흘러가다가 어느 순간 감정의 급류에 휘말리게 되는 묘함이 있다.
고교 야구라는 익숙한 배경이지만, 히로, 히데오, 히카리, 하루카 사이의 미묘한 관계가 이야기의 핵심이다.
뻔한 삼각관계라기보다는, 말로 다 설명되지 않는 감정선이 중심이다.
그렇다고 감성물에만 치우친 건 또 아니다.
야구 장면도 진심으로 몰입되고,
이기고 지는 게 아닌, ‘과정’을 그리는 데 진심인 만화.
4. 상남2인조 – 이게 진짜 브로맨스다
전설의 이름, 오니즈카 에이키치.
『GTO』에서 교사였던 그가, 사실은 전설의 양아치 시절을 살던 이야기다.
주먹 하나 믿고 세상을 향해 달려가는 남자들의 이야기인데, 그 안에는 우정, 책임, 의리 같은 낡았지만 멋진 단어들이 가득 들어있다.
이른바 ‘양아치 미화’라고 보기엔, 이들의 따뜻한 면모가 너무 자연스럽고 웃기다.
전투씬도, 개그도, 감동도 다 담겨있고 중간중간 등장하는 ‘진심 어린 대사’들이 은근히 심금을 울린다.
촌스럽지만 그래서 더 애정이 가는 작품.
5. 봉신연의 – 태공망, 전략으로 전장을 찢다
중국 고대 설화인 ‘봉신방’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말하자면 동양식 판타지 전략물이다.
주인공 태공망은 힘이 세지도, 검술이 뛰어나지도 않다.
하지만 그 대신 머리가 비상하다.
요괴도, 신도, 인간도 그의 전략에 말려든다. 이게 또 통쾌하다.
그리고 이 만화가 묘하게 철학적이다.
권력, 욕망, 정의 같은 키워드가 계속 이야기의 밑바닥을 흐르는데, 그걸 유쾌하게 풀어내는 작법이 대단하다.
요즘도 이런 스케일의 만화를 만나긴 쉽지 않다.
전략 + 감동 + 전통 + 판타지, 다 들어있음.
완결 만화의 좋은 점은 ‘기다림’ 없이 끝까지 달릴 수 있다는 것.
그 안에 담긴 캐릭터와 감정선, 완성도 높은 세계관은 몇 년이 지나도 다시 보고 싶게 만든다.
이번 리스트는 내 개인 취향이긴 하지만, "이 정도면 인정이지?" 싶은 작품들만 모았다.
오늘은 유튜브 끄고, 넷플릭스 끄고, 그냥 만화 한 권 꺼내보는 건 어떨지?
몰입감? 감정선? 여운? 전부 보장함.